신간도서

제목 겨레의 작은 역사 방언
작성자 maribooks







지은이 이길재

분야 국내도서> 인문> 인문/교양> 인문교양

       •국내도서> 인문> 기호학/언어학> 언어학의 이해> 한국어

       •국내도서> 인문> 문화/문화이론> 한국학/한국문화> 한국인과 한국문화

판형 145*205 | 장정 무선 | 페이지 384| 가격 18,000

ISBN 979-11-89943-97-4 04700 / 979-11-89943-94-3 04080 (set) | 판 발행일 2023228

핵심 키워드 #방언 #겨레말 #사투리 #지역어 #우리말



우리말글문화의 길, 그 세 번째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에서

전 지역어를 담당하고 있는 전문가의 방언 이야기



우리말글문화의 원형을 찾아 정리하는 우리말글문화의 길, 그 세 번째는 방언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의 저자는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에서 지역어를 담당하고 있다. 남북한은 물론 중앙아시이아의 고려인, 중국 조선족 동포들의 방언까지 직접 조사하고 연구한다. 한 지역의 방언 연구자를 만나기도 쉽지 않은 요즘, 전국 방언 연구자는 정말 드물다. 방언의 전문성 못지않게 저자의 글맛과 말맛도 읽는 재미를 더한다. 무엇보다 방언으로 보는 우리말의 미학과 가치를 흠씬 느낄 수 있다. 해개먹음이와 달개먹음이, 꾸레미, 퍼들개, 싸박싸박, 강낭수수, 가슬 등 어감만으로도 충분히 예쁘다. 이런 좋은 우리말 방언들이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방언은 그 지역, 그 사회,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영혼과도 같은 것이다. 이 책이 사라져가는 방언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는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

 

겨레의 지혜와 아픔, 애환을 간직한 소중한 문화유산 방언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작은 기록

방언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이 표준어의 반대되는 말로 생각하고 있다. 심하게는 표준어에 밀려난 말로 생각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요즘에는 정체 모를 외국어가 난무해 방언을 쓰면 오히려 희귀어를 대하듯 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방언은 표준어에 반대되는 말도 밀려난 말도 아니다. 표준어가 한 나라의 규범이 되는 말이라면 방언은 각 지역에서 자생적으로 피어난 소중한 겨레말로 표준어의 바탕이 된 말이다. 방언에는 그 지역민의 삶과 정서, 문화와 애환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표준어는 나름 하나의 구심점이 있다면 방언은 지역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한 지역에서 또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고 분화하면서 사라지는 속도도 빠르다. 더욱이 역사의 굴곡을 겪으며 우리 민족이 연해주, 러시아 등으로 이주하면서 언어의 섬처럼 고립된 채 살아남은 방언들은 애환이 느껴진다. 순수한 우리말의 정서가 느껴지는 방언은 소중한 우리 겨레의 작은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우리말에는 재미난 이야기들이 많이 숨어 있다. 함경도 지방에서 쓰는 방언인 해개먹음이와 달개먹음이를 한번 보자. 까막나라는 해와 달이 없어서 밤이고 낮이고 늘 깜깜했다. 그래서 까막나라의 왕은 해와 달이 모두 있는 이웃 나라가 샘나고 부러웠다. 그래서 어느 날 까막나라의 왕은 불개에게 해와 달을 물어오라고 명했다. 불기는 왕의 명을 받들어 해를 가져오기 위해 해를 덥석 물었다가 너무 뜨거워서 뱉어 버렸다.(일식이 일어난 것이다.) 불개는 다시 달을 가져오기 위해 달을 덥석 물었는데 이번에는 너무 차가워서 뱉어 버렸다.(월식이 일어난 것이다.) 해개먹음이와 달개먹음이는 조선민답집(유진태, 1932)에 실린 이 설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

러시아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마우재에는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가 담겨 있다. 나라가 힘을 잃어 살던 고향을 떠나 만주 벌판과 중앙아시아로 내몰렸던 상처로 얼룩진 우리 민족의 역사가 담긴 말이다. 아직도 그곳에는 역사의 상처를 안은 채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민족이 있다. 경운기를 뜻하는 손잡이뜨락또르에서는 우리 민족의 지혜를 느낄 수 있다. 이 방언은 중국의 조선족 언어사회에서 주로 쓰이며 손잡이뜨락또르가 결합된 말이다. ‘뜨락또르는 러시아어 трáкторный의 북한식 표기로 트랙터를 뜻한다. 고유어와 러시아어를 결합해 중국 사회에서 적응하며 살아간 우리 겨레의 지혜가 느껴진다.

점점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는 방언들, 그만큼 풍부한 우리의 역사 문화, 삶의 다양성이 사라지는 것이기도 하다. 방언들 중에서 훌륭한 방언들은 그 지역을 넘어 표준어로 살리는 작업을 계속해야 한다. 소중한 겨레말 방언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 않고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 길에 작은 기록이 되고자 저자는 지난 몇 개월 내내 방언을 하나하나 정리하고, 또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작업을 계속했다.


방언은 지역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수단이자

지역문화를 가장 잘 읽어 낼 수 있는 핵심, 화합의 도구

어느 곳이나 각 지역이 갖는 특징이 있다. 바닷가 마을과 농촌 마을의 특징이 서로 다르고, 도심과 외곽 지역의 특징이 다르다. 그 지역의 기후나 교통 요건, 문화 등이 서로 상호작용을 하며 지역만의 특징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차이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방언이다. 방언에는 표준어에 미처 담지 못한 각 지역의 특성과 문화가 담겨 있다.

카자흐스탄의 고려인들이 쓰는 떡쉬움이에서는 그 지역의 특성을 볼 수 있다. 카자흐스탄 사람들은 오랫동안 이어 온 유목 생활의 전통으로 말고기나 양고기로 만든 음식과 발효시킨 유제품을 주로 먹지만, 항상 빠지지 않는 것이 ()’이다. ‘발효라는 말은 일제강점기 이후에 쓰이기 시작했으므로 카자흐스탄 고려인들의 어휘 체계에는 없는 말이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카자흐스탄의 고려인들은 발효하다를 그들의 언어로 구현하고자 그와 가장 유사한 의미를 갖는 쉬우다로 대체한 것으로 보인다. ‘떡쉬움이는 카자흐스탄의 유목 생활의 특성을 볼 수 있으면서 우리의 언어로 구현하려는 고려인들의 지혜까지 느껴지는 귀중한 방언이 아닐 수 없다.

이와 함께 책에서 소개하는 올개돌개길이’, ‘차물그릇이’, ‘소비돈이와 같은 고려말을 보면 고려말의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고려말에서는 명사에 특별한 의미가 없는 접사 ‘-를 자주 덧붙인다. 이역만리에서 우리의 겨레붙이가 그들만의 방식으로 써 내려온 우리의 소중한 언어 유산인 것이다.

방언을 쓰는 사람은 투박한 사람이라거나 시골 사람이라고만 치부하는 것은 자신의 좁은 식견을 드러내는 행동일지 모른다. 그 지역의 많은 것이 담겨 있는 방언은 서로를 아는 화합의 도구가 될 수도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단호하게 말한다. “우리가 촌스럽거나 투박하다고 생각하는 방언은 사실 우리의 정서를 가장 적절하게 담아내는 그릇이자, 지역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수단이며 지역문화를 가장 잘 읽어 낼 수 있는 핵심이다. 이를 지키려는 수고로움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비행기를 부르는 쇠꼽새부터 '빨리'의 뜻을 가진

북한 방언 톰발리까지, 겨레말 찾아 담기

이 책에서는 남한뿐만 아니라 북한, 중국, 중앙아시아 등 흩어져 살고 있는 우리 민족이 쓰는 방언 45개를 소개한다. 대표적인 방언 45개를 기준으로 다른 지역의 방언, 조합 방식이나 뜻이 비슷한 방언 등을 소개해 책에 담긴 방언의 수는 1,000개가 넘는다. 지금은 많이 쓰지 않는 말들이라 낯설 수도 있지만, 방언의 의미와 그 말이 만들어진 배경을 읽다 보면 금방 익숙해질 것이다. 또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방언이 쓰이는 예문을 함께 수록했다. 해당 대상이 다른 지역에서는 어떻게 불리는지도 한눈에 볼 수 있게 정리해 전체적인 관점에서 방언을 볼 수 있으며, 지역에 따라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가 들려주는 일상 이야기도 이 책의 재미를 더한다. 어릴 적 동네에서의 추억과 방언을 연결한 이야기는 정겹고, 요즘의 일상에서 떠올린 방언 이야기는 반갑고 색다르다. 꾀복쟁이 친구들과 뛰놀며 방언의 말맛을 자유로이 느끼던 그 시절 이야기는 독자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이제 더 이상 방언을 그저 하위 언어체계로만 보고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 방언은 우리 민족이 얼마나 뛰어난 표현력을 갖고 있는지 보여 주는 말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표준어의 그늘에 가려 사라지는 우리말이 너무나 많다. ‘간푸쟁이’, ‘쇠꼽새’, ‘톰발리라는 방언 하나하나가 사라지는 것은 단순히 말 하나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그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우리의 정서와 감정도 함께 사라지는 것이다. 이러한 방언이 사라지는 것은 우리 겨레의 역사가 잊히는 것이며 문화가 사라지는 것이다. 문화가 없는 사회는 뿌리가 없는 것과 같으며, 문화는 한순간에 쌓을 수 없는 얼마나 되는지도 모르는 오랜 세월 동안 쌓여 전해오는 그 사회의 가장 강력한 저력이다. 우리 문화의 저력을 보존하고 살리는 작업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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