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소개

작성자 maribooks
작성일자 2023-11-08
제목 [세종신문] 김슬옹의 내가 만난 세종 (37) 길에서 만나는 한글

▲ 김슬옹 세종국어문화원장.     

필자는 학술 논문 150여 편을 쓴 학자이지만, 사실 고1 때부터 한글운동에 뛰어든 시민운동가로서의 길이 본래 길이다. 물론 학문과 실천의 경계가 없었던, 실천을 위한 학문, 학문을 위한 실천을 했던 세종, 헐버트, 주시경, 최현배 등, 한글 위인들의 길이 그러하기도 했으니 그 길을 그저 묵묵히 따라 걷는 것뿐이다.

 

이번에 출간한 《길에서 만난 한글》(마리북스)은 현장 답사기로 그런 필자의 노력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책이다. 유홍준의 초베스트셀러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살짝 흉내 낸 <한글 문화유산 답사기>인 셈이다. 1995년에 각 지역의 속담 유래를 답사해서 쓴 ≪발가벗은 언어는 눈부시다≫(동방미디어)와 어린이용 ≪역사가 숨어 있는 한글가온길 한 바퀴≫(해와나무)도 낸 바 있지만, 전국의 모든 한글 유적지를 여러 차례 답사해서 자세히 쓴 책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책의 뿌리는 2008년도 거슬러 올라간다. 필자가 한글학회 연구원 시절 기획하고 한글학회에서 엮은 ≪한말글 문화지도 만들기 사업 결과 자료집≫(2009)에서 전국의 한글 문화유산과 유적지를 정리한 바 있다. 이때는 한글학회 공동 작업이라 기본 자료에 충실히 하고 전반적인 흐름을 정리한 것이라 아쉬움이 있었다.

 

마침 한국출판진흥원 후원으로 한국문화 책의 명가 마리북스에서 한국문화 원형을 찾는 기획이 이루어졌고 필자가 총 책임을 맡게 되었다. 한국의 문화적인 영향력이 세계적으로 점점 확대되고 있고 K팝을 비롯한 한국 대중문화의 위상을 타고 한국과 한국문화 전반으로 관심이 쏟아지고 있는 지금, 우리 말글 문화를 되짚어 보는 것은 더욱 뜻깊은 일이다. 우리말글문화의 원형을 찾아 정리하는 작업은 우리말글문화의 길을 만드는 작업과도 같았다.

 

그래서 “또 하나의 생활문화 지도 땅이름”(배우리), “자연과학과 인문정신의 만남 한국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종호), “일상과 예술이 하나 예술마을의 탄생”(이동연, 유사원), “겨레의 작은 역사 방언(이길재)” 등과 더불어 출간됐다.

 

▲ 길에서 만나는 세종 _ 김슬옹 저  


 

우리말글 문화의 길, 그 첫 번째인 《길에서 만나는 한글》은 지난 45년간 한글학자이자 한글운동가로 살아온 필자의 한글 문화유산 즈려밟기(표준어는 지르밟기)이다. 이 책은 그 길의 증언록으로 1443년 한글 창제 이후 580년의 세월 동안, 이 땅의 곳곳에 남아 있는 한글의 흔적을 찾아 기록했다. 《훈민정음》 해례본 서문에 실린 세종의 바람대로 한글이 모든 이를 아우르는 문자로 우뚝 서기를 꿈꾸는 이들과 한글 길을 걸어보고 싶다.

 

이 책은 네 마당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 마당에서는 한글 즈려밟기의 시작인 ‘한글가온길, 세움 길을 걷다’에서는 한글이 창제되고 반포되어 현대 한글로 정착되기까지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훈민정음》 서문에 새겨진 세종의 꿈은 담은 한글 새김돌을 시작으로 가장 오래된 한글학회를 이어온 사람들, 두 한글의 중시조 주시경과 헐버트가 있는 주시경마당, 1만 1,172인의 한글에 대한 꿈을 담은 한글글자마당,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 동상이 있는 광화문광장까지를 함께 걸어본다. 그 한글길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무엇인지 살펴보았다.

 

둘째 마당 ‘훈민정음의 발자취를 찾아서’에서는 훈민정음 창제 공간들과 탄생 과정, 그리고 함께한 이들을 담았다. 당시 비밀 과업이었던 한글 창제의 공간이었던 경복궁과 창덕궁은 어떤 역할을 했는지, 훈민정음 반포의 산실인 집현전에 담긴 세종의 발자취와 뜻을 찾았다. 또한 《훈민정음》은 집단지성의 결과물인 만큼 8인의 공로자들에 관한 이야기와 어떤 역할을 담당했는지도 담았다. 훈민정음 정신을 드높인 《동국정운》 대표 집필자인 경기도 의정부시 신숙주 묘도 살폈다. 해례본 지킴이 전형필의 공적도 눈여겨볼 만하다. 해례본을 소장하기 위해 철저한 준비를 했다는 것, 일제강점기에 가장 효율적인 보존 전략을 썼고, 두 가지 영인본을 적절한 시기에 펴내 해례본의 내용과 가치를 제대도 알렸으며, 전쟁의 참화에서 해례본을 무사히 지켜냈다는 것이다.

 

또한 훈민정음 인재 양성소, 사가독서 전당인 서울시 은평구 진관사 한글길, 훈민정음 창제 마무리와 보급을 위한 야외 연구소인 충청북도 보은군 초정행궁, 훈민정음 보급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훈민정음 언해본인 희방사본을 복간했던 경상북도 영주시 희방사도 찾았다.

 

셋째 마당 ‘오직 하나의 글, 한글 유적지’에서는 가장 먼저 한글의 창제, 반포, 보급을 거의 완벽하게 끝낸 세종대왕이 잠든 곳인 경기도 여주시를 가장 먼저 다뤘다. 세종 영릉부터 왜 여주시가 한글도시를 꿈꾸는지 관련 지역인 한글시장, 새롭게 한글 디자인 상품을 주도하고 있는 봉순이 자연아띠 등을 집중 답사했다. 다음으로 세종대왕의 모든 것을 간직한 곳인 서울시 동대문구 세종대왕기녑사업회와 세종대왕기념관에서는 세종대왕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사업회의 고귀한 역사를 다뤘다. 다음에는 훈민정음 창제가 아니라 보급의 일등공신 신미대사의 흔적이 있는 충청북도 보은군 법주사 복천암과 정이품송공원을 다뤘다. 한글 탄압의 주인공 연산군과 한글 지킴이 정의공주가 있는 서울시 도봉구 연산군과 정의공주 묘, 우리말 사전 탄생의 주인공 이극로의 고향인 경상남도 의령군 두곡마을, 한글이 외면받던 시기에 세워진 한글 비석 유적지인 서울시 노원구, 경기도 포천시, 경상북도 문경시 문경새재 등의 한글비석을 답사했다. 이밖에 미완성 한글 유적지로 서울시 종로구 경복궁 영추문 근처 세종 생가와 한글 보급의 1등 공신인 신숙주 고향인 전라남도 나주시 금안 한글마을, 한글문화수도를 꿈꾸는 세종특별자치시를 다뤘다.

 

넷째 마당 ‘천 년의 문자, 한글 기념관과 한글마당’으로 ‘훈민정음 천 년의 문자 계획’의 서울시 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 한글이 목숨(1932)이라는 말을 서슬 퍼런 일제강점기에 남긴 외솔 최현배를 기리는 울산시 중구 외솔기념관, 오랜 세월 한글 유물을 모으고 간직한 개인 한글박물관으로 우리나라 최초 한글박물관으로 국립한글박물관보다 무려 5년 먼저 김상석 관장이 세운 충청북도 충주시 우리한글박물관, 이윤재, 허웅 두 한글 거인이 자란 곳의 경상남도 김해시 김해한글박물관, 큰사전 완성의 대들보인 정인승을 기리는 전라북도 무주군 정인승기념관, 최초 한글 소설의 주인공 홍길동 생가가 있는 전라남도 장성군 아치실마을, 홍길동 테마파크, 한글을 나랏글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 최초의 양반 한글 문학가인 김만중을 기리는 경상남도 남해읍의 남해유배문학관 등을 다뤘다.

 

부록에 실린 ‘한글가온길 즈려밟기’를 시작으로 한글의 탄생에서 지금까지의 천 년, 또다시 천 년이 지난 미래 한글의 모습을 상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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